티스토리 뷰

눈이 잘 보이면 눈 건강은 괜찮은 걸까요?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이 생각이 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눈이 잘 보이는데 망막이 망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았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당뇨망막병증이 어떻게 시작되고, 왜 증상 없이 진행되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제가 이해한 방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증상 없이 진행되는 당뇨망막병증, 왜 무서운가

일반적으로 눈이 나빠지면 뭔가 불편한 신호가 먼저 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뇨망막병증은 이 상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당뇨가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실제 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정기 망막 검사를 받지 않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당뇨를 10년 이상 앓은 분 중에서도 40% 가까이가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제게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당뇨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이란, 혈당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서 눈 안의 모세혈관이 손상되고, 그 결과 망막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합병증입니다. 여기서 망막이란 카메라로 치면 필름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뇌에 전달하는 핵심 신경 구조입니다. 이 망막에 혈류가 끊기면 시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병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아직 아무렇지 않다"는 느낌이 오히려 검사를 미루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출처: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단계에서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기 검진만이 조기 발견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매년 한 번은 반드시 망막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권고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 당뇨망막병증 초기~중기에는 시력 이상이 거의 없어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 당뇨 진단 후 10년 이상 경과 시 합병증 발생 비율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 1형 당뇨는 2형 당뇨보다 당뇨망막병증이 더 빨리, 더 심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시야에 검은 점이 보이거나 중심부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약: 당뇨망막병증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꾸준히 진행되므로, 당뇨 진단 직후부터 매년 망막 검사를 받는 것이 유일한 조기 발견 방법입니다.

 

신생혈관이 생기면 왜 더 나빠지는가

처음 이 내용을 공부했을 때 저는 "혈관이 새로 생긴다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당뇨로 인해 손상된 모세혈관이 막히면,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망막 조직은 산소 부족 상태인 저산소증(Hypoxia)에 빠집니다. 여기서 저산소증이란 조직에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상태가 되면 망막 조직은 일종의 구조 신호를 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라는 물질이 대량으로 분비됩니다. VEGF란 새로운 혈관 형성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원래는 상처 회복 등 정상적인 과정에서도 작용하지만 당뇨 환경에서는 통제되지 않은 채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관을 신생혈관이라고 부르는데, 이 혈관은 구조 자체가 부실합니다. 말 그대로 촉박하게 날림 공사된 혈관이라 쉽게 터지고, 터진 피가 눈 안을 가득 채우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더 심각한 건, 이 신생혈관이 망막 위에 증식막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증식막이란 망막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생긴 섬유성 조직으로, 이 막이 당기면서 망막이 제자리에서 벗겨지는 망막박리(Retinal Detachment)가 발생합니다. 망막박리가 일어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이 단계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 하고 특히 위험하게 봅니다.

제가 이 내용을 접했을 때 가장 오래 걸렸던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신생혈관이 새로 생기면 눈이 스스로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위협의 시작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한편, 신생혈관이 아직 생기지 않은 단계를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고 부르며, 이 단계에서는 경과를 관찰하면서 혈당·혈압·고지혈증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그러나 비증식 단계에서도 당뇨 황반부종(Diabetic Macular Edema)이 동반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황반부종이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비정상적으로 붓는 현상으로, 중심 시력이 흐려지고 퀄리티 자체가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출처: 미국 국립안연구소(National Eye Institute, NEI)에 따르면, 당뇨 황반부종은 당뇨망막병증 환자에서 시력 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요약: 저산소증으로 인해 생기는 신생혈관은 오히려 출혈과 망막박리를 유발해 실명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혈관'이며, 황반부종이 동반되면 비증식 단계에서도 즉각 치료가 필요합니다.

 

망막 검사와 치료,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당뇨 치료라고 하면 혈당 관리, 그러니까 약을 잘 먹고 식단 조절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 눈 합병증 관리는 그것과 별개로 안과에서 단계별로 촘촘하게 이루어집니다. 기본 검사는 안저촬영으로 시작합니다. 안저촬영이란 눈 뒤쪽 망막을 카메라로 직접 사진 찍어 출혈, 부종, 신생혈관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여기서 이상 소견이 보이면 형광안저조영술을 추가합니다. 형광안저조영술이란 팔 정맥에 형광 조영제를 주사한 뒤 눈 안의 혈관 흐름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검사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혈관 이상이나 신생혈관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황반부종 여부는 망막단층촬영(OCT)으로 확인하는데, OCT란 빛의 간섭을 이용해 망막 단면을 수백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촬영하는 비침습적 검사입니다.

치료 측면에서 저를 놀라게 했던 건 레이저 치료였습니다. 범망막광응고술(Panretinal Photocoagulation, PRP)이라고 불리는 이 치료는,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주변부 망막을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100명분 먹을 식량이 50인분밖에 없을 때, 덜 중요한 인원 50명을 정리해서 핵심 인원 50명이 살아남게 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공격적으로 들리지만 1985년에 표준 치료로 확립된 이래 40년 가까이 쓰이고 있고, 고위험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에서 심각한 시력 손상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가 검증되어 있습니다. 다만 야간 시력 저하, 대비 감도 감소, 주변 시야 협착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고, 이 부분은 치료 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반부종이나 신생혈관 억제를 위한 안구 내 주사 치료도 있습니다. 루센티스, 아일리아, 아바스틴 같은 항VEGF 주사가 대표적인데, 이 주사들은 앞서 설명한 VEGF를 일시적으로 억제해 신생혈관과 망막 부종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합니다. 효과가 약 2~3개월 지속되기 때문에 반복 투여가 필요하고, 보험이 적용되는 루센티스와 아일리아는 평생 양쪽 눈 합쳐 14회로 횟수 제한이 있어 의사들도 신중하게 처방 순서를 결정합니다. 항VEGF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계열인 오저덱스나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생혈관 막으로 인해 망막박리가 발생하거나 출혈이 너무 광범위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며, 이 단계에서는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요약: 망막 검사는 안저촬영→형광안저조영술→OCT 순으로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치료는 레이저·항VEGF 주사·수술로 구분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뇨망막병증은 혈당 조절을 잘하면 완전히 나을 수 있나요?

A. 혈당 관리가 좋아지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이미 손상된 모세혈관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혈당만 잡으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오해를 많이 부르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혈당 관리는 악화를 막는 것이지, 되돌리는 치료는 아닙니다.

 

Q. 눈에 주사를 맞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꼭 맞아야 하나요?

A. 황반부종이 확인되거나 신생혈관이 생긴 단계라면 항VEGF 주사는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 중 하나입니다. 무섭다는 느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치료를 미루는 것이 시력 손상 위험을 오히려 높입니다. 마취 후 진행하기 때문에 시술 자체의 통증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당뇨망막병증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시력이 오히려 나빠지지 않나요?

A. 범망막광응고술은 주변부 망막을 희생해 중심부를 보호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야간 시력이나 주변 시야가 일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심각한 시력 손상이 생길 위험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경우 치료의 이익이 크다는 것이 40년간 누적된 임상 데이터의 결론입니다.

 

Q. 당뇨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망막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네, 당뇨 진단 직후부터 망막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증상이 없는 초기에도 미세혈관 이상은 이미 시작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검사를 미루는 분들이 많은데, 제 생각에는 이게 가장 위험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결론

이번 내용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하나입니다. 당뇨 관리는 혈당 수치 관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어도 이미 손상된 망막 모세혈관은 스스로 돌아오지 않고, 신생혈관이나 황반부종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 느낌도 없을 수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치료 방법이 있어도 이미 망막박리나 광범위한 출혈이 생긴 뒤라면 예후가 크게 달라집니다. 결국 조기 발견만이 시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지금 당장 가장 최근에 망막 검사를 받은 때가 언제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은 안저촬영을 포함한 정기 검사를 꼭 받으시고,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고지혈증, 흡연 여부도 함께 관리하는 것이 당뇨망막병증 예방의 기본입니다. 의료기관에서도 환자가 합병증 검사를 놓치지 않도록 교육과 안내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0EtE4L0yf4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