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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걷다가 종아리가 뻐근해지면 그냥 "많이 걸었나 보다" 하고 넘겼던 적, 혹시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계단을 몇 층만 올라도 허벅지가 당기고,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서 벌떡 일어난 날도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증상들이 단순한 근육 문제가 아니라 혈관 건강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다리 혈관, 어디서 어떻게 막히는 걸까요
혈관은 크게 동맥과 정맥으로 나뉩니다.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쪽이 동맥이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쪽이 정맥입니다. 하지동맥질환은 이 중 동맥, 특히 다리로 이어지는 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말초동맥질환의 약 90%가 다리 동맥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말초동맥질환이라고 하면 사실상 하지동맥질환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리로 내려오는 동맥은 배꼽 근처에서 갈라지는 장골동맥(腸骨動脈)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장골동맥이란 대동맥이 양다리 방향으로 분지된 혈관으로, 사타구니 부근에서 대퇴동맥이 되고, 무릎 뒤에서 슬하동맥(膝下動脈), 즉 오금동맥이 되며, 종아리 아래에서 세 가닥의 장딴지 동맥으로 나뉘어 발바닥까지 이어집니다.
이 경로 어딘가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아래쪽 혈류가 줄어들게 됩니다. 동맥 벽에 이상이 생기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혈관이 풍선처럼 늘어나는 동맥류(動脈瘤), 내막이 찢어지며 혈관이 쪼개지는 동맥박리(動脈剝離),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핵심인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 협착(狹窄) 및 폐색(閉塞)입니다. 여기서 협착이란 혈관 내부가 좁아진 상태를 말하고, 폐색이란 아예 혈류가 차단된 상태를 말합니다.
- 동맥류: 혈관 벽이 늘어나 혹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 하지에서는 오금동맥에 가장 흔히 발생
- 동맥박리: 외부 충격이나 내막 손상으로 혈관 벽이 층층이 갈라지는 상태
- 동맥 협착·폐색: 죽상동맥경화로 혈관 내벽에 기름 찌꺼기가 쌓여 혈류가 줄거나 끊기는 상태
간헐적 파행, 쉬면 낫는다고 괜찮은 게 아닙니다
하지동맥질환이 서서히 진행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간헐적 파행(間歇的 跛行)입니다. 여기서 간헐적 파행이란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종아리나 허벅지에 통증이 생겼다가, 잠깐 쉬면 사라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저도 처음엔 운동 후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쉬어도 안 낫는 게 아니라 쉬면 낫는다는 점이 오히려 핵심 포인트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운동하면 근육에 산소가 더 필요한데, 혈관이 좁아져 있으면 그 수요를 못 채우니 통증이 오고, 쉬면 수요가 줄어드니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원리입니다.
반면 상황이 심각해지면 쉬어도 통증이 계속됩니다. 이 단계를 저희가 절박 허혈(切迫虛血) 상태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안정 상태에서도 혈류가 너무 부족해 조직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엔 발이나 발가락에 궤양이 생기거나 괴저(壞疽), 즉 조직이 썩기 시작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갑자기 다리 혈관이 막히는 급성 폐색의 경우에는 5가지 'P'로 불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창백함(Pallor), 통증(Pain), 맥박 소실(Pulselessness), 감각 이상(Paresthesia), 운동 마비(Paralysis)가 그것입니다. 솔직히 이 다섯 가지를 처음 접했을 때는 굉장히 섬뜩했습니다. 멀쩡하던 다리가 몇 시간 안에 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전혀 와 닿지 않았거든요. 이런 경우엔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부분인데,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는 증상은 하지동맥질환보다 하지정맥 기능 부전과 더 관련이 깊습니다. 낮 동안 다리에 피가 쌓이고 순환이 잘 안 된 것이 누적되어 밤에 근육 경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두 증상을 같은 원인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동맥 문제인지 정맥 문제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이 중요합니다.
동맥경화가 원인이라면, 위험 요인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동맥질환의 뿌리에는 대부분 죽상동맥경화(粥狀動脈硬化)가 있습니다. 여기서 죽상동맥경화란 혈중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 성분이 혈관 내막에 죽처럼 걸쭉하게 쌓이면서 혈관 내경이 좁아지는 변화를 말합니다. 나이가 들며 전반적으로 혈관 벽이 딱딱해지는 일반적인 동맥경화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두 변화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변화가 심장 관상동맥에 오면 협심증이 되고, 뇌혈관에 오면 뇌졸중이 되고, 다리 동맥에 오면 하지동맥질환이 됩니다. 위험 요인이 거의 같다는 점도 그래서입니다. 다리 혈관에 문제가 생겼다면, 심장이나 뇌혈관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보면서 "다리 혈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따르면, 말초동맥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고령이 꼽힙니다. 특히 흡연은 하지동맥질환 진행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혈관 건강 측면에서 백해무익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또한 출처: WHO 심혈관질환 팩트시트에서도 심혈관 위험 요인의 복합적 관리가 질환 예방의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이와 가족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은 꾸준한 약물 치료와 정기 검진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50세 이상이고 위험 요인이 하나라도 있다면, 건강검진 받듯 혈관 검진도 1~2년마다 받아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혈류개선, 수술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진단 방법부터 짚고 가면, 먼저 비침습적 검사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은 발목-상완 혈압 지수(ABI)를 재는 것입니다. 여기서 ABI란 발목에서 잰 혈압을 팔에서 잰 혈압으로 나눈 비율로, 정상이라면 심장 박동으로 전달된 혈압이 발목에서 더 높게 측정됩니다. 이 비율이 0.9 이하로 나오면 말초동맥에 이상이 있다고 의심합니다. 제가 직접 검사를 받아보니 팔과 발목에 혈압계를 동시에 감는 단순한 방식인데, 이 수치 하나로 혈관 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정밀한 확인이 필요하면 CT 동맥 혈관 촬영술이나 MRI를 활용한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로 혈관을 직접 시각화합니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혈관 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가장 먼저 권고되는 것은 운동요법입니다. 간헐적 파행이 있어도 주 2~3회, 1회 30분 이상의 보행 훈련을 권장합니다. 처음엔 아프더라도 5분씩 시간을 늘려 50분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것이 혈류개선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 저는 처음에 반신반의했는데 다리가 아픈데 더 걸으라는 게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혈관확장제와 함께 항혈소판제(抗血小板劑)가 쓰입니다. 여기서 항혈소판제란 혈소판이 뭉쳐 혈전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로, 혈관 내 혈류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면 수술이나 시술 없이 정기 검진만으로 경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호전이 없거나 절박 허혈로 넘어가면,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같은 중재 시술 또는 인공혈관을 이용한 우회로 조성술을 고려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증상과 혈관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점을 간과하고 인터넷 정보만 보고 지레 겁먹거나 반대로 방치하는 양쪽 모두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걸으면 종아리가 아프고 쉬면 낫는데, 이게 하지동맥질환인가요?
A. 걸을 때 종아리나 허벅지에 통증이 생겼다가 쉬면 사라지는 증상을 간헐적 파행이라고 합니다. 이는 하지동맥질환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다만 증상만으로 자가 진단하기보다는 발목-상완 혈압 지수(ABI) 검사를 포함한 병원 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더욱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Q.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는 것도 혈관 문제인가요?
A. 수면 중 종아리 쥐는 하지동맥질환보다 하지정맥 기능 부전과 연관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낮 동안 다리에 쌓인 혈액 순환 문제가 밤에 근육 경련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혈관외과나 신경과 진료를 통해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하지동맥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으로 증상이 충분히 관리된다면 정기 검진만으로 경과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절박 허혈이나 궤양, 괴저 등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를 먼저 시도합니다. 치료 방법은 혈관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의료진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하지동맥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은 무엇인가요?
A. 금연이 가장 중요합니다. 흡연은 동맥 건강에 가장 강력한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그 외에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꾸준히 관리하고, 규칙적인 걷기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정 음식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혈관 건강의 핵심입니다.
결론
이번에 하지동맥질환을 제대로 살펴보면서 느낀 건, 다리 증상을 너무 쉽게 피로나 나이 탓으로 넘겨왔다는 점입니다. 걸을 때 아프고 쉬면 낫는다면 한 번쯤은 혈관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고, 특히 흡연·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위험 요인이 하나라도 있다면 정기적인 혈관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고 바로 심각한 혈관질환을 의심해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증상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먼저 살펴보고, 반복되거나 악화된다면 그때 병원에서 ABI 검사 등을 통해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혈관 건강은 특별한 뭔가가 아니라, 금연과 걷기 운동, 꾸준한 수치 관리라는 평범한 습관에서 지켜진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