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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야만 하지정맥류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다리가 천근처럼 무겁거나, 밤마다 종아리에 쥐가 나는 분들이 이 질환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판막 손상, 왜 다리에서만 문제가 생길까
하지정맥류의 시작을 이해하려면 정맥 판막(venous valve)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정맥 판막이란 다리 정맥 곳곳에 자리한 작은 문 같은 구조물로, 혈액이 발끝에서 심장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역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맥은 심장이 직접 혈액을 펌프질해 보내기 때문에 별도의 판막이 필요 없지만, 정맥은 중력을 거슬러 혈액을 위로 올려야 하는 구조상 이 판막 없이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판막은 왜 손상될까요? 가장 흔한 원인은 오래 서 있거나 오래 앉아 있는 생활 방식입니다. 종아리 근육이 수축해야 정맥을 짜내며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릴 수 있는데, 가만히 서 있거나 의자에 고정된 자세로 있으면 이 펌프 기능이 멈춥니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정맥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혈관 자체가 늘어나면서 판막의 양쪽 날개가 서로 멀어지게 됩니다. 제대로 닫히지 않는 판막 사이로 혈액이 역류하기 시작하고, 이 역류는 다시 압력을 높여 판막을 더 망가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저녁에 종아리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종종 했는데, 그때는 단순히 피곤한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실은 종아리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정맥 압력이 올라가는 신호였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혈관외과 전문의들이 장시간 같은 자세를 가장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증상 구별, 부종과 무거움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정맥류 증상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혈관이 심하게 튀어나와 있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분이 있는 반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다리가 무겁고 욱신거리며 수면 중 쥐가 자주 나는 분도 있습니다. 즉, 혈관의 돌출 정도와 증상의 심각도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제가 직접 접하고 나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증상의 종류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
- 종아리 욱신거림 또는 통증
- 수면 중 종아리에 쥐가 나는 현상
- 하지정맥류 주변 피부 가려움증
- 습진, 색소 침착, 울혈성 궤양 등 피부 병변 (진행된 경우)
특히 울혈성 궤양(venous ulcer)은 하지 정맥 내 압력이 만성적으로 높아진 결과 피부 조직까지 손상되는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정맥 혈류가 오랫동안 정체되면서 피부가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헐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치료하지 않는 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점점 나빠지기 때문에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두고 싶은 것은 하지 부종입니다. 다리가 붓는다고 해서 무조건 하지정맥류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부종의 원인은 활동량 감소로 인한 종아리 근육 약화, 갑상선 기능 저하, 신부전, 일부 고혈압 약물 부작용, 복부나 골반 수술 후 림프 순환 장애 등 실로 다양합니다. 저도 예전에 다리가 좀 부으면 무조건 혈액순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부종이 오래 지속된다면 원인을 제대로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입니다(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치료 선택, 수술이 능사가 아닌 이유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으면 바로 수술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초기라면 반드시 수술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혈관이 밖으로 약간 튀어나온 상태라면 다음 단계로 진행되기까지 통상 10년 안팎이 걸리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상태를 지켜보면서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보존적 치료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압박 스타킹을 착용해 정맥 외벽을 바깥에서 눌러줌으로써 혈관이 더 늘어나지 않게 막는 것, 그리고 걷기 운동처럼 종아리 근육을 규칙적으로 수축시켜 정맥 펌프 기능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저도 앞으로는 같은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을 피하고 틈날 때마다 걷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면 중에 종아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두는 것도 혈액이 위쪽으로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로 역류가 일어나는 정맥을 먼저 찾습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예전처럼 혈관을 직접 뜯어내는 발거술(stripping) 대신,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열 폐쇄술이 우선적으로 권고됩니다. 열 폐쇄술이란 혈관 안에 레이저나 고주파 에너지를 가해 정맥 벽을 수축·폐쇄시키는 방법으로, 피부 절개 없이 정맥을 막을 수 있어 회복이 빠른 편입니다. 의료용 접착제를 혈관 내로 주입해 정맥을 막는 베나실(VenaSeal) 방식도 사용됩니다. 다만 늘어난 혈관이 피부 가까이에 돌출된 경우에는 해당 부위를 소절개해 혈관을 직접 제거하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어, 상처가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가지 제 생각을 덧붙이면, 치료법이 다양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최신이거나 덜 침습적인 방법이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초음파로 역류 부위와 범위를 정확히 확인한 뒤 의료진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리가 자주 무거운데 하지정맥류인가요?
A. 다리 무거움은 하지정맥류의 흔한 증상 중 하나이지만, 이것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거나 운동량이 부족한 경우에도 비슷한 느낌이 생깁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저녁에 심해지는 패턴이 있다면 혈관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하지정맥류 수술하면 재발하나요?
A. 역류가 일어나는 정맥을 제거하거나 막더라도,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다른 정맥에서 다시 판막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술 후에도 압박 스타킹 착용과 종아리 근육을 쓰는 걷기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압박 스타킹은 어느 정도 압력이어야 효과가 있나요?
A. 일반적으로 하지정맥류 관리 목적으로는 20~30mmHg 압력의 의료용 압박 스타킹이 많이 사용됩니다. 다만 개인의 정맥 상태나 증상에 따라 적합한 압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전문의 또는 약사와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다리 부종이 있는데 하지정맥류 검사부터 받아야 하나요?
A. 하지 부종의 원인은 하지정맥류 외에도 갑상선 기능 저하, 신부전,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합니다. 부종이 오랫동안 호전되지 않는다면 하지정맥류만을 의심하기보다 내과적 원인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필요에 따라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Q. 피부에 갈색 색소 침착이 생겼는데 심각한 건가요?
A. 하지정맥류가 진행되면 정맥 혈액이 오래 정체되면서 피부에 색소 침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 멍이나 피부 노화와 구별이 필요하며, 하지정맥류에 의한 색소 침착은 치료 없이 방치하면 습진이나 궤양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눈에 띄게 튀어나온 상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정맥 판막이 손상되어 혈액이 역류하는 과정에서 다리 무거움, 쥐, 가려움증, 부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심해지면 피부 병변까지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증상과 역류 여부를 초음파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면 압박 스타킹과 걷기 운동으로 충분히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하루에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 짧은 산책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저도 이번을 계기로 그 습관부터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