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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 주에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억 3,700만 달러. 제작비 9천만 달러를 단 일주일 만에 넘어버린 영화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보고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틀었는데 결국 169분을 한 번도 자리를 못 떴으니까요.

액션 분석 — 이 영화는 어떻게 싸우나
존 윅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칼 쓰는 거 아니야?" 예고편만 보면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검술 비중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시리즈의 본질은 건 푸(Gun-Fu)입니다. 여기서 건 푸란 총기 사격과 무술 격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액션 스타일로, 총만 쏘거나 주먹만 쓰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끊임없이 이어붙이는 방식입니다. 제가 1편을 처음 봤을 때 이 개념이 생소해서 멍하니 보다가 나중에서야 "이게 그거구나" 싶었습니다.
4편에서는 이 건 푸가 한 단계 더 진화합니다. 그라몽 후작 측의 킬러들이 방탄 슈트, 즉 총탄을 막는 강화 복장을 착용하고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 사격만으로는 제압이 안 됩니다. 그래서 존 윅은 유도와 브라질리언 주짓수 기술을 사용해 상대를 바닥에 눕힌 뒤, 방탄이 안 되는 머리나 관절 부위에 피니시 샷을 넣는 방식으로 싸웁니다. 여기서 브라질리언 주짓수란 상대를 제압하거나 관절을 꺾어 무력화하는 데 특화된 격투 기술입니다. 제 경험상 이 디테일을 알고 보면 전투 장면 하나하나가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견자단이 연기하는 케인은 별도로 짚을 만합니다. 케인의 액션 스타일은 일본의 전통 검객 캐릭터인 자토이치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출처: IMDb)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검과 총을 한 박자 안에 전환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쇼맨십이 있어서 존 윅과 묘하게 대비됩니다. 케인의 이른바 '띵동 사격'은 극장에서 봤다면 박수를 칠 만한 장면이었을 겁니다. 저는 집에서 봤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 건 푸(Gun-Fu): 총기 사격 + 근접 격투를 혼합한 존 윅 시리즈의 핵심 전투 스타일
- 방탄 슈트 대응 전략: 유도·주짓수로 제압 → 비방탄 부위에 피니시 샷
- 케인의 액션: 자토이치 + 홍콩 무협 액션 스타일, 검과 총의 유기적 전환
- 로케이션별 스타일 분류: 요르단(마상 총격), 오사카(검·화살·쌍절곤), 베를린(도끼 추격), 파리(총기·카체이스)
- 파리 시퀀스: 영화 후반 약 1시간을 꽉 채우는 3개의 대형 액션 시퀀스
파리 시퀀스와 결말 해석 —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리 시퀀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프랑스 정부의 세금 리베이트 혜택을 활용해 장기간 현지 촬영을 진행한 덕분인지, 개선문 앞 로터리에서 220도 드리프트를 하며 공중 콤보 총격을 날리는 장면, 건물 내부를 탑뷰(Top-View) 시점으로 포착한 드래곤 브레스 샷건 액션, 그리고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계단 액션까지, 이 세 시퀀스만으로도 웬만한 액션 영화 한 편 분량의 아이디어가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탑뷰 시점이란 카메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로, 공간 전체의 이동 동선을 한눈에 보여주는 연출 기법입니다. 계단 장면에서 존 윅이 올라가다 굴러떨어지고, 다시 일어나 올라가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동시에 이 캐릭터의 본질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결투는 마카로니 웨스턴, 즉 1960~70년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서부극의 분위기를 정면으로 차용합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 스타일의 대치 구도로 마무리되는 이 장면은 "이 시리즈가 어디서 왔는지"를 감독이 고백하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존 윅의 대사는 시리즈 전편을 통틀어 103줄에 380단어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침묵이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합니다(출처: Rotten Tomatoes).
결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존 윅은 1편부터 4편까지 단 하나를 원했습니다. 하이테이블, 즉 킬러 세계를 지배하는 최고 회의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 그러니까 자유입니다. 그 자유를 얻은 순간, 그는 아내 헬렌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씁쓸하지만 그 결말이 이 시리즈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은 것이 아니라, 킬러라는 정체성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그라몽 후작 캐릭터입니다. 빌 스카스가드가 연기하는 이 인물은 야욕적이고 졸렬한 면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그 이면이 조금 더 보였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악당이 단순할수록 주인공의 여정도 얇아질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이라는 캐릭터가 그 공백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극 중에 "세상엔 뭔가를 위해 사는 자, 죽는 자, 죽이는 자가 있는데 케인은 이 모두에 속하고 존은 이 모두에 속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한 줄이 두 캐릭터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존 윅 4 전편을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솔직히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캐릭터들이 과거를 공유했다는 설정을 플래시백이나 설명 대사 없이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1~3편의 맥락을 모르면 관계도와 동기가 흐릿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소한 3편까지는 보고 오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169분 러닝타임이 너무 길지 않나요?
A. 액션을 즐기는 분이라면 체감상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다만 비슷한 스타일의 전투가 반복되는 구간에서 중반부에 잠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파리 시퀀스가 시작되는 후반부부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Q. 존 윅 4 결말에서 존 윅은 진짜 죽은 건가요?
A.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는 5편 제작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결말을 확정적인 죽음으로 보기보다는, 킬러로서의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열린 결말로도, 완결로도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Q. 견자단이 존 윅 4에 왜 나오는 건지 어색하지 않나요?
A.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색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로 보면 의문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케인은 자토이치 스타일과 홍콩 액션의 감각을 존 윅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인 캐릭터로, 오히려 존 윅의 액션과 대비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존 윅 4》는 액션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자신만의 문법을 가장 멀리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60년대 일본 검객 영화, 마카로니 웨스턴, 80년대 홍콩 무협 액션, 현대 건 푸까지 한 편 안에 녹여냈다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시도가 아닙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악당 캐릭터의 입체감 면에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부분은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추구한 목표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1편보다 지금은 4편이 더 좋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시리즈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총격전, 격투, 검술, 카체이스 중 하나라도 좋아하신다면 일단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보더라도 파리 시퀀스만큼은 볼륨을 꽤 올려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