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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2편을 꽤 재미있게 봤던 터라 3편 공개 소식에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든 첫 생각이 "좋았는데, 아쉽다"가 아니라 "아쉬운데, 좋은 부분도 있다"였습니다. 순서가 바뀐 것 같아도 그 차이는 꽤 큽니다. 에놀라 홈즈 3는 캐릭터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할 말이 있는 작품이지만, 시리즈의 마무리작으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성장: 에놀라는 분명히 자랐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에놀라가 얼마나 달라졌느냐는 점이었습니다. 1편에서는 어머니를 찾아 런던을 헤매던 소녀였고, 2편에서는 자기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의뢰를 받는 탐정으로 성장했죠. 그리고 3편에서 에놀라는 테우크스베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겪는 내면의 변화와 성장 과정은 꽤 명확합니다. 에놀라는 결혼과 탐정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립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게 이번 영화가 에놀라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이 부분은 꽤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고 느꼈습니다.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즉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으로서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번에도 에놀라를 제대로 살려냅니다. 특히 과거 회상 장면에서 셜록과 함께 사건을 추론하는 시퀀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에놀라가 셜록 수준의 연역적 추리(deductive reasoning)를 보여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연역적 추리란 이미 알고 있는 전제로부터 논리적으로 결론을 끌어내는 사고 방식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가장 핵심적인 탐정의 능력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제 진짜 에놀라 홈즈가 되는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로 그런 장면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2편이 실화 기반의 사건과 에놀라의 성장을 꽤 균형 있게 엮어냈다면, 이번 3편은 로맨스 서사와 캐릭터 성장에 무게가 쏠린 느낌입니다. 치밀한 추리극을 기대하셨다면 사건 해결 과정이 다소 허술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점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 1편: 어머니를 찾는 소녀 → 자립의 시작
- 2편: 자기 이름을 건 첫 의뢰 → 탐정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 3편: 결혼과 탐정 사이의 선택 → 두 삶을 모두 살겠다는 결단
빌런과 시리즈 완성도: 아쉬운 마무리
이번 3편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모리어티 교수입니다. 샤론 던컨 브루스터가 맡은 이 캐릭터는 2편에서도 충분히 깊이 파고들지 않은 채 등장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녀를 메인 빌런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캐릭터의 밀도를 채우지 못합니다.
앤타고니스트(antagonist), 즉 주인공에게 대립하며 갈등을 만들어내는 인물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인물의 논리가 관객에게도 어느 정도 납득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앤타고니스트란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목적과 세계관을 가진 인물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번 모리어티는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2편에서 여러 사람을 희생시킨 행동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내내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반복되니 설득력이 점점 떨어집니다.
영국의 식민주의라는 역사적 맥락을 사건에 끌어들인 시도는 제가 보기에 이번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택이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식민지 지배 구조, 특히 몰타를 배경으로 한 권력과 부패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단순한 모험극에 무게를 더해줍니다. 출처: Encyclopaedia Britannica — Malta History에 따르면 몰타는 19세기 당시 영국 제국의 전략적 지중해 거점으로, 군사·행정 양면에서 식민 지배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곳이었습니다. 이 배경 설정이 단순한 이국적 배경 이상의 맥락을 가진다는 점에서 각본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안일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권력을 내려놓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너무 단순하게 처리하면서, 실제로 그 역사적 맥락이 가진 복잡성이 희석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이 주제로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연출 측면에서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전작 두 편을 연출한 해리 브래드비어는 장편 영화 경험이 없었음에도, TV 시리즈 특유의 흡입력 있는 편집 리듬으로 에놀라 홈즈만의 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3편을 맡은 필립 바란티니는 TV 드라마 연출 경력이 풍부한 감독입니다. 출처: IMDb — Philip Barantini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전작들이 가졌던 독특한 편집 감각을 거의 살리지 못합니다. 내러티브 몽타주(narrative montage), 즉 이야기의 흐름을 빠르게 압축해 감정과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편집 기법이 전작에서는 에놀라 홈즈 시리즈만의 개성이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 기법이 과거 장면을 반복적으로 회상하는 방향으로만 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감독이 새로운 편집 언어를 가져올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에놀라 홈즈 3, 1·2편을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기본적인 줄거리 파악은 가능하지만, 에놀라와 테우크스베리의 관계, 모리어티 교수의 등장 배경 등을 모르면 감정적인 맥락이 많이 빠집니다. 전작 두 편을 먼저 보고 오는 것이 훨씬 몰입도가 높습니다.
Q. 헨리 카빌의 셜록 홈즈 비중이 많이 줄었나요?
A. 이번 편에서 헨리 카빌의 셜록은 납치된 상태로 있는 시간이 길어 출연 분량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대신 헬레나 본햄 카터의 유도리아 홈즈 비중이 늘었는데, 캐릭터 특성상 메인 서사를 끌고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Q. 몰타 배경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A. 시각적으로는 아름다운 장면이 많습니다. 다만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보면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국 식민지라는 역사적 배경과 연결되면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편집이 단조로운 건 사실입니다.
Q. 에놀라 홈즈 4편 제작 가능성이 있나요?
A. 현재까지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입니다. 3편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번 편의 결말이 시리즈를 완전히 닫는 구조는 아니어서, 속편 여지는 남겨두고 있습니다.
결론
에놀라 홈즈 3는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영화입니다. 에놀라가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꼬리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서는 과정을 3편에 걸쳐 지켜봤다면, 이번 편에서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만큼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서는 힘이 부족합니다. 설득력 없는 빌런, 반복되는 회상 편집,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역사적 주제까지. 2편이 이 시리즈의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줬다면, 3편은 그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채 마무리된 느낌입니다. 1·2편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그래도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합니다. 다만 3편을 보고 나서 "역시 2편이 제일 좋았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