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통쾌한 복수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가 살인마를 찾아가 응징하는 이야기.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제가 예상했던 감정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통쾌함이 아니라 묵직한 허무함이었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2010년작 〈악마를 보았다〉는 그런 영화입니다.미장센이 만들어낸 불편한 아름다움영화의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눈이 쌓인 외딴 도로, 고요한 밤, 그리고 차 한 대. 제가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이게 왜 이렇게 아름답지?"라는 당혹감이었습니다. 분명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직전인데, 화면은 너무나 고요하고 차가운 색감으로 가득했습니다.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미장센이란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영화 용어..
2024년 개봉한 영화 〈파묘〉는 국내 누적 관객 1,2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오컬트 장르의 새 기록을 세웠습니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솔직히 "무덤 파는 공포 영화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영화는 귀신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 땅과 역사 이야기로 끝납니다.배경과 맥락 — 무덤 하나가 어디까지 커지나영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자산가 박지용의 의뢰로 시작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이유를 알 수 없이 울음을 그치지 않고, 집안 장자들만 대를 이어 불행을 겪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무속인 화림은 이를 묘바람으로 진단합니다. 묘바람이란 조상의 묘소에 문제가 생겨 그 기운이 후손에게 화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무속 용어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