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을 이미 잡아놓고도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8년 개봉한 《추격자》 얘기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스릴러가 맞나' 싶었습니다. 무섭다기보다 너무 답답해서 손에 땀이 났거든요.범인을 잡았는데 왜 이렇게 답답한가 — 답답함의 구조일반적으로 범죄 스릴러는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긴장감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추격자》를 봤을 때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범인 지영민의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질문 자체가 다릅니다.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느냐"로 바뀌는 거죠.이 구조를 내러티브 아이러니(narrative irony)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아이러니란, 관객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데 극 ..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 〈곡성〉을 보고 나서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입 밖에 냈습니다. 무서운 장면은 분명히 있는데 공포 영화라고 하기엔 뭔가 다르고, 무당이 나오는데 무속 영화라고 정의하기도 애매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결국 곡성 결말 해석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게 오히려 더 큰 혼란의 시작이었습니다.외지인 정체와 곡성 결말, 팩트로 정리하면〈곡성〉(2016)은 나홍진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오컬트 스릴러입니다. 개봉 당시 전국 관객 688만 명을 동원했고(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지금까지 '곡성 결말 해석'이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