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진 작품이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습니다. 처음엔 웃기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였는데, 다 보고 집에 오는 길에 뭔가 씁쓸한 게 계속 남아서 다음 날 한 번 더 봤습니다. 두 번째로 봤을 때 저는 첫 장면부터 전혀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위에서 아래로, 영화가 설계한 계층 구조영화를 처음 볼 때는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 하나씩 들어가는 과정이 그냥 통쾌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우가 학력을 위조해 과외 선생님 자리를 얻고, 기정이 미술 치료사로, 기택이 운전기사로, 충숙이 가사도우미로 들어가는 일련의 흐름이 마치 영리한 사기극처럼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보니 봉준호 감독이 그 재미 뒤에 아주 치밀하게 무언가를 숨겨..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를 몰랐습니다. 제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요.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인데 극장 안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고, 그 직후에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는 바로 그 불편한 감정을 설계한 영화입니다.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일자리와 가족과 생존 본능이 뒤엉킨 이야기입니다.분재 상징: 감독이 숨겨놓은 디테일들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화면 속 나무였습니다. 주인공 유만수는 제지업에 종사하는 인물입니다. 나무를 베어 돈을 버는 사람이죠. 그런데 그의 취미는 온실에서 나무를 정성스럽게 기르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냥 개인 취향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이중성이었습니다.이 장치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